하워드 막스 "패자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승자를 늘릴 것인가?"

입력 2023-09-22 14:28   수정 2023-09-25 09:21

이 기사는 09월 22일 14: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는 흥미로운 두 사건을 계기로 1990년 10월부터 메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제너럴밀스 연금기금의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반벤쇼텐과 미니애폴리스에서 함께한 저녁식사였습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펀드를 운용하는 14년 동안 자본 수익률이 전체 펀드 순위에서 27백분위를 넘어서거나 47백분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저에게 귀띔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처럼 14년 동안 수익률 순위에서 2사분위를 꾸준하게 유지한 결과는 어땠을까요? 상위 4백분위였습니다! 저는 감탄했습니다. 상위 십분위를 노리던 투자자는 대부분이 결국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데이비드는 결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력한 가치 투자운용사 한 곳은 처참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그러자 대표는 “머니 매니저가 상위 5%에 들기를 바란다면 하위 5%로 떨어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편리한 정당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에 대한 제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내 고객들은 내가 어느 한 해에 상위 5%에 드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들은 (그리고 나 역시) 내가 하위 5%로 떨어지는 것만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이 두 사건은 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리스크 통제와 일관성을 다른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저의―그리고 5년 후에는 오크트리의―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발단이 됐습니다. 33년 전에 저는 성과에 이르는 길 (The Route to Performance) 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메모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상위 십분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월등한 실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오히려 매년 평균을 약간 웃도는 실적을 추구하고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불리한 시기가 닥쳤을 때 상대적으로 월등한 실적을 달성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과도한 변동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 회복이 불가능한 거액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 가장 중요한 사실로서 (우리는 결국에는 모두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접근법이 예상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약하면, [제너럴밀스의] 실적은 투자에 있어서 패자 (그리고 손실을 보는 연도) 를 피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승자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진리를 역설합니다. 저는 이 원리가 내 그룹의 기회추구형 틈새 투자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확신합니다. 다시 말해서, 평균을 상회하는 장기 성과를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토대는 재앙을 피하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데이비드와의 저녁식사는 저에게 중대한 계기가 됐으며 그의 접근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저에게 꼭 들어맞는 방식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수십 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데이비드는 최근 몇 달 동안 감사하게도 제 건강을 걱정하는 격려의 글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 가운데 한 분이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해 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크나큰 보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요

제 첫 번째 메모와 위에 인용한 문단에는 여러분이 오크트리로부터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글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패자를 피한다면 나머지는 승자가 스스로 해결한다 (If we avoid the losers, the winners will take care of themselves) 는 믿음입니다. 저와 제 파트너들은 이 명제가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995년에 오크트리를 설립할 당시에 우리의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였습니다. 다변화된 채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채무를 불이행하는 채권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 채권 중 일부가 등급 상향이나 인수 같은 긍정적인 상황을 통해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즉 승자는 굳이 대놓고 쫓아다니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 명제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05년에 세스 클라만과 공동으로―‘가치투자의 경전’으로 불리는―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의 1940년판 <증권 분석> 을 개정하던 중에 우리가 약 50년을 뒤쳐졌음을 보여 주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세스가 저에게 편집을 부탁한 장에서 저는 그레이엄과 도드가 ‘확정 가치’ (또는 확정 수익) 투자를 ‘네거티브 아트’로 표현한 부분을 접했습니다. 어떤 의미였을까요?

처음에는 단순히 냉소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8% 채권이 100개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에 추가하여, 그 중 90개는 예정대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10개는 채무를 불이행한다고 가정합니다. 모두 8% 채권이므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모든 채권은 동일하게 8% 수익률을 제공합니다. 어떤 채권을 선택하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채무를 불이행한 10개의 채권 중 하나를 선택한 경우에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서, 채권 투자자가 무엇을 매수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제하는가에 의해―승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패자를 피하는 것에 의해―실적이 결정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네거티브 아트입니다.

이 명제의 기원에 얽힌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항상 고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몇 년 전 고객을 만나러 가던 도중에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한 곳에서 우연히 고서 전시회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고서 거래상의 부스에 들른 제 눈에 판매용으로 전시된 책 한 권이 들어왔습니다. 제시 리버모어의 <주식투자 바이블> 이었습니다. 거래상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은 “승자는 스스로 해결하지만 패자는 결코 그러는 일이 없다”였습니다. 리버모어가 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믿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 . . 그레이엄이나 도드와 마찬가지로 리버모어 역시 1940년에 그의 저서를 출간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저도 그랬습니다. 저의 혁신적인 발상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제가 그 격언을 채택했을 때 저와 제 파트너들은 하이일드 채권에 주로 투자했습니다. 전환사채가 아닌 경우 약정 만기 수익률 이상의 상방 잠재력이 거의 없으므로 채무를 이행하는 집단이 긍정적인 상황 전개에 따른 익스포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채무를 불이행하는 집단을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우리의 주된 업무였습니다. 채권 투자자로서 우리의 투자 접근법을 집약한 적절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 좋게도 1987년에 브루스 카쉬와 손을 잡았으며 1988년에 첫 번째 부실채권 펀드를 설립했습니다. 그 뒤로 우리는 채무를 불이행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암운이 드리운 채권을 저가에 매수함으로써 자본 이득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는 명민한 투자 감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1988년부터 그가 기록한 수익률은 단순히 손실을 회피한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채권이 제시하는 수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률을 추구한다면 패자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수시로 승자를 찾아내야 (혹은 만들어내야) 합니다. 브루스와 그의 팀이 달성한 수익률이 그러한 사실을 입증합니다.

오크트리는 현재 제가 ‘열망 전략 (aspirational strategies)’이라고 부르는 다수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승자가 요구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위의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이며, ‘리스크 통제의 중요성’을 투자 철학의 근간으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크트리의 운용 인력들이 리스크 통제 원칙을 항상 최우선으로 여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투자를 검토할 때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뿐만 아니라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면 돈을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 상황은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에도 주의를 기울이기를 원합니다.

리스크 통제는 여전히 오크트리의 제1원칙입니다. 70여 년 전에 UCLA 미식축구부 코치였던 헨리 러셀 ‘레드’ 샌더스는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오직 유일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프로 미식축구단 그린베이 패커스의 전설적인 코치 빈스 롬바르디도 같은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명언의 정확한 함의를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크트리에서 리스크 통제는 전부는 아니며 오직 유일한 것이다는 점만은 확신합니다.

리스크 회피의 부인

투자자는 리스크 통제와 리스크 회피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리스크 회피는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 기본적으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투자는 매력적인 수익률을 추구하여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반적으로 리스크 회피는 수익률 회피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재무부 채권을 매입하거나 예금자 보호 계좌에 예금하면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 수익률이 투자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환이 확실히 보장되는 상황에서 잠시 동안 돈을 맡긴다는 이유만으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와는 대조적으로, 리스크 통제는 (a)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총량을 초과하고/하거나 (b) 리스크 감수에 따른 대가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 리스크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과거에 제가 ‘이익을 추구하는 현명한 리스크 감수’라고 표현한 투자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씨티은행에서 전환사채와 하이일드 채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1978년부터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자는 대부분이 달리 자본을 조달할 방도가 없는 기업이 발행한 투자부적격 채권이었으며 후자는 당시의 정의를 따르자면 낮은 등급의 ‘정크본드’였습니다. 두 유형 모두 상당한 신용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1980년 무렵에 초창기 금융 뉴스 네트워크 중 한 곳의 기자 한 명이 저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발행자들 중 일부가 채무를 불이행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하이일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현명한 리스크 감수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가입자가 모두 사망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생명보험사는 어떻게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단순합니다. 두 경우 모두 현명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그 전제로서 리스크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리스크여야 합니다.
? 본인이 분석할 수 있는 리스크여야 합니다.
? 본인이 다각화할 수 있는 리스크여야 합니다.
? 감수에 따른 충분한 대가가 따르는 리스크여야 합니다.

이러한 리스크는 회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러한 리스크는 신중하게 수익을 올리면서 감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몇몇 투자자는 오크트리보다 훨씬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으며 나쁜 실적을 기록한 해에는 오크트리보다 훨씬 큰 손실을 기록합니다. 그럼에도―제가 ‘알파’ (이에 관해서는 후술합니다) 라고 부르는―진정한 능력을 보유한 소수는 좋은 실적을 기록한 해에 엄청난 수익률을 거두기 때문에 월등한 장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객은 충분한 보상을 받습니다 . . . 나쁜 실적을 기록하는 해를 참고 견디는 뚝심을 지녔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 이처럼 리스크 감수 그 자체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며 리스크 회피는 험난한 시기에 끝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 투자자인 경우에만 적절합니다.

양호한 실적 구축

(a) 극도로 조심스러운 투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에 리스크가 수반되며 (b) 리스크가 존재할 경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일관성이 결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년 좋은 실적을 내거나 승자만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자는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극소수입니다. 관건은 패자가 포함되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승자와 비교한 패자의 비율과 손실의 정도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역대 최고의 장기 실적을 기록한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최장기 장기 실적을 기록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이력을 통틀어 단 12개의 승자만을 보유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자신의 부가 12개의 승자가 아니라 단 4개로부터 대부분 비롯됐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워런과 찰리의 탁월한 실적을 낳은 요인은 단순합니다. (a) 합리적으로 진행한 다수의 투자, (b) 거액을 투자하여 수십 년간 보유한 비교적 적은 수의 대형 승자, (c) 비교적 적은 수의 대형 패자가 그것입니다. 누구도 대형 승자만을 보유하고 패자는 완전히 배제하기를 기대하거나 자신의 머니 매니저가 그러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실 패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를 바라는 것은 유용한 목표가 아닙니다. 그러기 위한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은 리스크를 전혀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스크 회피는 수익률 회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스크를 지나치게 적게 감수할 리스크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손실을 어느 정도 감내할 각오가 투자 성공의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올 여름, 바로 지난 주말 내내 US 오픈 테니스 대회를 포함해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시청했기에 제가 메모 과감하게 위대해지라 II (Dare to Be Great II) (2014년 4월) 에서 처음 제시한 테니스 비유를 여기에서 다시 인용하고자 합니다. 만약 제가 테니스장에 가서 “오늘은 절대로 서브 폴트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 서브가 너무나도 약해서 상대방이 가볍게 받아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테니스 선수가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아래 내용 참조). 만약 여러분의 서브가 서비스 박스를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서브를 넣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오랜 파트너 셸던 스톤의 말을 빌자면 “만약 당신이 디폴트를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신용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승자의 성적

돌이켜보면 저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10년에 한 번꼴로 메모 전체를 할애하여 투자를 스포츠에 비유했습니다.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로 40년차에 접어든 이번 메모에서는 테니스에 몇 문단을 추가로 할애하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테니스는 투자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안전하게 경기하면서 완패해야 할까요? 아니면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없는 샷을 시도하면서 자신을 책망해야 할까요? 찰스 D. 엘리스가 기고한 ‘패자의 게임’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 1975년 7월/8월) 은 제가 투자자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테니스 선수에는 . . . 보다 정확히 말해서 테니스 시합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로 선수는 승자의 시합을 추구합니다. 그들은 위너 (테니스에서는 상대방이 받아 넘기지 못하는 샷을 의미합니다) 를 구사함으로써 시합에서 승리합니다. 프로 선수는 시합을 능숙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샷이 점수를 획득합니다. 반면에, 아마추어 테니스는 패자의 시합입니다. 실수가 가장 적은 선수가 일반적으로 승자가 됩니다. 공을 충분히 오랫동안 받아 넘길 수만 있으면 결국 상대방의 공이 코트를 벗어나거나 네트에 걸립니다. 아마추어는 시합에 이기기 위해 위너를 구사할 필요가 없으며 이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아마추어는 위너를 안정적으로 구사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윔블던 대회 통계를 훑어보면 생각할 거리를 적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3번 시드를 배정받은 다닐 메드베데프와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의 남자 8강전 경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신장이 2미터에 달하고 체격 조건이 좋은 유뱅크스는 파죽지세로 8강에 오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반면에, 메드베데프는 남자 테니스의 ‘빅3’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를 바짝 뒤쫓으면서 수년을 연마한 경기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약체로 지목됐던 유뱅크스는 자신이 장기전에서 메드베데프를 능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을 직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위너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만약 그것이 유뱅크스의 계획이었다면 그는 계획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가 기록한 위너는 74개였던 반면에 메드베데프는 52개였으며 그가 저돌적으로 네트로 돌진한 횟수는 67회 (그 중 위너는 44개) 로 메드베데프의 8회 (그 중 위너는 4개) 를 압도했습니다. 빼어난 공격 수치였었습니다.

문제는―저 역시 무수히 몸소 경험한 것처럼―자신보다 기량이 뛰어난 상대방과 경기할 때는 승리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샷을 시도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뱅크스는 74개의 위너를 기록하는 동안 55개의 범실 (상대방의 효과적인 공격에 의하지 않은 실책, 위너를 노리다가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범실의 대표적인 예) 을 저질렀습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메드베데프는 단 13개의 범실만을 범했습니다.

결론: 유뱅크스는 위너의 수는 메드베데프보다 훨씬 많았지만 위너 4개당 3개의 범실을 범한 반면에 메드베데프는 범실이 위너 4개당 1개에 불과했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전체 득점의 53%를 획득한 반면에 유뱅크스는 47%를 획득하여 메드베데프가 시합에서 승리했습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위너가 더 많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투자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승자와 패자 간에 반드시 유리한 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위너가 몇 개 있지만 실수가 그보다 더 적은 경우 혹은 실수는 많지만 위너가 그보다 더 많은 경우 승리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위너를 극대화하거나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윔블던 대회 남자 결승전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흥미진진한 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우승 (윔블던, US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에서 총 23회) 을 한 조코비치와 통산 우승 횟수 1회의 떠오르는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즈 (20세) 간의 경기로 펼쳐졌습니다. 유뱅크스와 마찬가지로 알카라즈는 선이 굵고 격렬한 경기를 벌였으며 많은 위너를 노렸습니다. 서브를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알카라즈는 7번의 더블 폴트를 범한 반면, 조코비치는 3번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한 가지 수치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알카라즈는 강한 서브를 시도하여 9개의 서브 에이스 (상대방이 라켓으로 건드리지도 못하는 서브) 를 성공시켰으며 이는 2개에 그친 조코비치의 4배가 넘는 숫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두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결국 알카라즈는 66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끈 반면에 조코비치의 위너는 고작 32개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알카라즈는 리스크가 높은 ‘선이 굵은’ 경기를 통해 조코비치를 꺾은 반면에 메드베데프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안정적인 스타일로 유뱅크스를 눌렀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그 자체로서 다른 하나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스타일만으로는 결코 결과를 좌우할 수 없습니다. 스타일에 수행 능력이 결합돼야 합니다. 제 테니스 코치인 조르디 발레스터는 “알카라즈는 공격적인 시합을 추구한다. 그가 윔블던에서 입증한 것처럼 그의 뛰어난 재능을 감안한다면 몸 상태가 좋은 날에는 얼마든지 조코비치를 (혹은 다른 어떤 선수라도) 꺾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날에는 아마도 패할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그 동안 테니스의 빅3가 경이로운 시대를 지배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023년 윔블던 대회까지 19년 동안 세 선수는 총 75번의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도합 65번 (87%) 우승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로서 이 세 사람 중에는 알카라즈 같은 유형의 ‘빅 히터’가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많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4~5시간 동안 준수한 강도로 타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승자주의 필요성

제가 투자계에 몸담았던 기간 동안 시장에서 창출된 이득이 소수의 주식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됐던 시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구글의 지주회사),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페이스북의 모회사)) 에 관한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7개 종목은 올 한 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각종 증시 지수가 기록한 상승분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독식했습니다. 이를 다룬 <파이낸셜 타임스> 의 6월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대 기업 7곳이 급등하면서 올해 40~180퍼센트 상승했다. [S&P 500 지수의] 나머지 493개 기업은, 전체적으로 보면,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지수를 지배하고 있다. 이 7개 종목 중 5개가 전체 지수 시가총액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 증시 활황을 이끄는 7개 기업’, <파이낸셜 타임스> (2023년 6월 14일))

올해 상당 기간 동안 이들 종목이 기록한 월등한 실적은 독보적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현상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2017년에도 소수의 종목이 시장 상승을 대부분 이끌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FAAN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이 증시를 주도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는 그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상부 비중 과잉 현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파리 소재 카르미냑의 크로스에셋팀 팀장 프레데릭 르루는 “S&P 빅테크 종목은 과거의 석유 기업이나 1960년대 니프티50 기업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IBM, 코닥, 제록스 같은 소수의 종목이 폭락 직전에 급등했던 과거의 광풍을 예로 들었다. 그는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능동형 투자자는 주가 지수를 따라가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수동형 투자가 증시 투자 자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능동형 투자의 쇠퇴는 시장 효율, 운용 보수, 투자자 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원인은 능동형 투자자가 승자를 보유해야 할 필요성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올해 초에 매그니피센트7 종목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틀림없이 지수에 크게 못 미쳤을 것입니다. 보유는 했지만 비중이 지수보다 낮았다면 어땠을까요? 마찬가지로 뒤쳐졌겠지만 액수는 그보다 적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론상 지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거대 승자 종목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해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로 들립니다.

그럼 그 비중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20년 전인 2003년 여름에 애플 주식을 분할 조정가인 $0.37에 지수 비중만큼 보유한 상태로 출발했다고 가정합니다. 핵심 질문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은 주가가 오를 때 계속 보유하고 있었을까요?

제가 매도 (Selling Out) (2022년 1월) 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익 실현’, ‘테이블에서 돈 빼기’, ‘위쪽 가지치기’ 같은 전통적인 투자법을 따릅니다. 오랜 격언처럼 ‘이익 실현 때문에 빈털터리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뒤늦은 후회와 고객의 비판, 그리고/또는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한 나머지 상승분을 반납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승자주를 일부 매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2013년 여름에 애플 주식이 $15에 도달한 시점에 보유 주식 전부 혹은 일부를 매도했을 것입니다. 10년 후에 취득 원가의 40배에 도달했을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또 다시 10년이 지난 현재 애플 주가는 2013년 대비 12배 상승한 $180 이며 2003년과 비교하면 거의 500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수준의 이득을 올린 후에도 최초에 매수한 물량을 그대로 보유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하지만 지수가 최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애플 주식을 매도했다면 그들은 아마도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가 지수의 실적은 소수의 종목 혹은 소수 집단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선도주가 상승하면 고평가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익 실현에 힘이 실립니다.
? 인간의 본성이―특히 후회를 기피하는 성향이―매도 욕구를 부추깁니다.
? 이론상 승자주 보유 비중을 지수 내 비중보다 줄인 후에도 승자주의 주가가 계속해서 아웃퍼폼하면 지수를 따라가기 어려워집니다.

저는 메모 유동성 (Liquidity) (2015년 3월) 에서 제 아들 앤드류의 생각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앤드류는 “25년 주가 차트를 들여다보면서 ‘우와, 이 주식을 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면 그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했을 무수한 날들을 상상해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애플 주가가 $0.37에서 $180로 급등하는 동안 한 주도 팔지 않고 버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주식의 비중을 최근 고점을 찍었을 당시의 S&P 500 지수 내 비중인 8%대로 설정할 능동형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요? 그럼에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말하면 만약 그 투자자가 애플 주식을 매도했다면 그는 지수에 뒤쳐졌을 것입니다.

결론은 승자주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지수를 따라가기를 원한다면 추측하건대 적어도 지수 내 평균 비중만큼은 해당 주식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자주를 적게 보유해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 감수의 역할

제가 좋아하는 그래프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55년 (!) 전에 시카고대 대학원에 다닐 때 리스크와 수익률 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리스크를 더 감수하는 행동에 따른 결과물로서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선형으로 표현한 방식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이 논리가 정말로 옳다면 리스크가 높은 투자의 리스크가 증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메모 리스크 (Risk) (2006년 1월) 에서 위 그래프에 일련의 종형 확률 분포 곡선을 직각으로 회전시켜 덧입힌 새로운 관계도를 제안했습니다.



이 새로운 관계도는 리스크를 더 감수할 경우―즉 그래프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할 경우―확실하게 수익률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증가할수록 (a) 원 그래프에서처럼 기대 수익률이 상승하고 (b) 가능한 결과 범위가 넓어지며 (c)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리스크가 높은 투자는 수익률이 증가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끌어올립니다. 애초에 리스크가 높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 메모를 작성한 이후에 이러한 사고 방식을 다른 수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고 방식은 투자계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이 메모의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위험 접근법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을 창출하지만 . . . 그와 동시에 손실의 가능성도 초래합니다.

그렇다면 이 범위 내에서 적절한 지점은 어디일까요? 최선의 리스크/수익률 타협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더 나은 (혹은 더 나쁜)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투자 이론―그 중에서도 특히 효율적 시장 가설―에 입각한 단답입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는 (a) 가격이 내재 가치와 동일해지고 (b)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시장이 증권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저가 매수와 고평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시장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이 가설에 따르면 시장이 ‘균형’에 도달하면 감수하는 위험의 변화에 따른 기대 수익률의 변화가 공정해지므로 곡선상의 모든 지점에서 매력도가 동등해집니다. 좌측으로 이동하면 리스크는 회피할 수 있지만 기대 수익률은 하락합니다. 우측으로 이동하면 기대 수익률이 증가하지만 리스크도 함께 증가합니다. 어떠한 지점도 다른 지점에 비해 우월하지 않습니다. 이는 동전 던지기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른 능동형 투자) 와 비슷합니다. 앞면과 뒷면 어느 쪽을 선택하건 차이이 없습니다.

실제는 어떠한가?

제가 즐겨 인용하는 격언 중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요기 베라의 명언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론과 실제에 차이가 없다.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가 그것입니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고 증권의 가격이 항상 정확하게 결정된다면 능동형 투자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특히 선진국 주식의 경우 상당수 능동형 매니저가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 혹은 자신의 운용 보수를 정당화할 만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수 펀드가 개발되고 최근 수십 년 동안 거액의 주식 자본이 지수와 수동형 투자로 유입된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시장이 고평가된 시기와 저평가된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특정한 시장이나 업종이 다른 시장이나 업종에 비해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된 시기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우 일부 증권은 과도하게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리스크 곡선상의 특정한 지점이 다른 지점보다 나은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투자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가정하지만 심리적 과잉이 그러한 가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세계금융위기 기간 동안의 투자 환경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메모 온도 측정 (Taking the Temperature) 에서 설명한 것처럼 2008년 말에 투자자들은 금융 부문의 붕괴를 두려워한 나머지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가격이 폭락하자 보유 증권을 공격적으로 매도했습니다. 과도한 리스크 회피는 리스크/수익률 직선의 기울기를 증가시키며 (리스크를 한 단위 더 부담할 때 체증하는 수익률이 증가합니다) 심지어 우상향 곡선을 형성합니다 (리스크가 큰 투자일수록 그에 따른 보상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처럼 리스크 회피가 과도한 시기에는 곡선에서 리스크가 큰 구간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리스크를 과도하게 감수하는 시기에는 안전한 구간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요소는 제가 ‘알파’라고 부르는 개인의 투자 능력입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를 무시하는 이유는 증권의 가격이 항상 정확하게 결정된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나 회피의 대상인 고평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완벽하게 통달하는 능력을 부정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은 누구도 시장을 능가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제가 위 그래프에서 종형 곡선을 대칭으로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의 투자자는 시장이 허락하는 것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몇 시장과 인물의 경우 능력을 바탕으로 그러한 조건을 개선할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신합니다. 알파를 갖춘 투자자는 위 그래프에서 분포 곡선의 형태를 비대칭적으로 변형함으로써 불리한 결과를 낳는 영역을 유리한 결과를 표현하는 영역보다 좁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알파가 의미하는 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파를 갖춘 투자자는 시장에 진입하여 자신의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하방 리스크를 모두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이 제공하는 상방 잠재력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메모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 (What Really Matters?) (2022년 11월) 에서 우월한 투자의 핵심적인 특징은 상방 잠재력이 하방 리스크를 능가하는 비대칭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알파는 뛰어난 투자자가 확률 분포를 변형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편향을 유도함으로써 월등한 리스크 조정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만약 상응하는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알파라고 부른다면 그러한 능력을 갖춘 투자자는 수익률을 적게 포기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 혹은 비례적으로 리스크가 적게 증가하는 조건에서 잠재 수익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일부 투자자는 공격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을 능가할 수 있는 반면에 다른 투자자는 방어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두 방식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투자자가 갖춘 알파의 유형에 달려 있습니다. 리스크를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면서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리는 능력일 수도 있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는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알파를 동시에 갖춘 투자자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투자자는 알파가 없습니다. 알파가 결여된 투자자는 둘 중 어느 형태로든 비대칭성을 구현하는 능력을 기대해서는 안 되며 우월한 리스크 조정 수익률을 창출하는 능력을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자를 줄이는 것과 승자를 늘리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별 투자자의 능력, 수익률 목표, 리스크 감수 성향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다루는 다른 수많은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2023년 9월 12일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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